[INTERVIEW]화운원 건축주

▽ 상호명 변경 전(전 홈쑈핑, 현 별집)에 작성된 게시물입니다.


홈쑈핑은 아무 집이 아닌 ‘좋은 삶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집’을 직접 발굴하고 선별하여 웹사이트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홈쑈핑이 마음으로 전하는 편지’에서는 이런 집을 탄생시킨 건축주와 건축가로부터 집과 사람, 공간에 대한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해요. 여러분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어졌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두 번째 인터뷰이로 봉천동 화운원의 조현호 건축주를 인터뷰합니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정든 집을 철거하고 신축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전에 살던 집은 4층이었어요. 처음 완공되었을 땐 2층이었는데, 가족들과 살면서 조금씩 증축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4층 건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30년 전 건물이라 노후화되기도 했고, 건축할 당시의 기능이나 설비 등의 부분이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열악했기 때문에 건물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비가 오는 날엔 비가 샜습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제가 원하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기존 집을 철거하고 새로 집을 짓기로 결심했죠. 그 후로 집을 짓기까지 한 4~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 사이 여러 건축가를 만나 집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신축에 대한 계획을 계속해서 체계화 시켜나갔습니다. 저는 집을 새로 지을 때 설계 부분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요. 저와 제 가족뿐만 아니라 임차인을 포함하여 함께 사는 모든 사람이 집에서 쾌적함을 느껴야 집의 근본적인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지으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저는 화운원이 지어진 이 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사셨고, 제가 살고 있고, 제 자식들도 앞으로 살아갈 공간이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는 집의 환경이 정서적으로 쾌적하지 않으면, 거주인의 삶 자체도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 내가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고 건축가에게 요구했어요. 그리고 집이 주는 포근함을 느끼는 동시에 집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외부 공간(ex. 발코니/베란다)도 제안했습니다. 애들이 줄넘기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작업을 할 때도 유용하게 잘 썼던 이전 집에서의 발코니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서요. 내부에서 외기를 접할 수 있는 발코니 공간이 삶의 쾌적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했고요. 지금 건물의 층수가 위로 올라갈수록 뒤로 후퇴하고 있는데, 사선제한이나 일조권 때문이 아니라 발코니/베란다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설계되었습니다. 


- 같은 평면이 반복되는 기존의 원룸형 오피스텔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공간을 잘게 나누어 가구수를 늘리는 게 지금 당장은 경제적이긴 하겠지만, 10~20년 뒤의 먼 미래에도 지금의 경제적 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보면, 세대수를 늘리는 것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 다양한 평면과 넓은 면적, 그리고 편의시설을 최대한으로 갖출 수 있는 방향을 추구했어요. 시공사에서 실내 공간으로 빼면 꽤 넓은 면적이니 외부에 창을 달아 실내 공간으로 쓰는 게 낫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더군요. 실내 공간으로 전용할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가치는 낮아지겠지만, 처음 제가 의도했던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외부 공간으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 효과가 더 크겠죠.

 

    


- 한 건물에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이 함께 있는 게 특이하네요.


저희 가족이 신축하는 동안 머무를 집을 알아보는데 주변에 원룸밖에 없다 보니 가족단위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마땅한 집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분명 수요가 있을 텐데 주변엔 원룸과 1.5룸뿐이더군요. 저는 이런 가족단위 세대들은 단기가 아닌 장기로 임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익률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세대를 포용하는 게 계산기 상의 수익률을 좇아서 원룸만을 짓는 것보다 앞으로 더 바람직한 모습이 될 거라 판단했어요. 그래서 건축가에게 대가족까지는 어렵겠지만 3~4인 세대는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건물 이름인 '화운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우선 '화운원'을 직역하면 꽃 구름 동산이란 뜻입니다. 그 안에는 천국과 같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어머니가 성함에 화(자) 운(자)를 쓰셨는데, 어머니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어머님의 성함을 따라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희 가정을 위해 항상 하셨던 기도처럼 화운원이 천국 같은 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천동 토박이라고 하셨는데 봉천동이란 동네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봉천동에서 살았는데요. 어릴 때 받았던 느낌과 지금 받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제가 어릴 때 서울대 앞은 논이었고, 친구들이랑 개구리 잡으러 다니고 그랬었어요. 그때만 해도 변두리였고, 못 사는 사람들이 정착한 가난한 동네, 산동네, 달동네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큰 도로나 건물들도 없었고, 지금의 낡은 3, 4층 건물들이 그 당시엔 제일 큰 건물들이었어요.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통이 좋아지고, 주변에 학교가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원룸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하기 시작했죠. 그런 면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예전에 누가 누군지 다 알고 서로 인사하며 지내던 정감 있던 모습이 그립긴 합니다.


제가 새벽에 기도를 하러 가는데 교회가 청룡산 바로 옆에 있어 청룡산을 자주 찾습니다. 아이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러 가기도 하고, 취미생활인 사진 촬영을 위해 가기도 해요. 어릴 때 주전자 몇 개 가져가서 약수를 받아오던 추억도 있고, 좋아한다기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4층 건물일 때는 잘 몰랐는데, 건물 층수가 높아지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청룡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한 시간 정도 코스라 마실 다니듯이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어 산책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입주민들에게 '화운원'이 어떤 집이었으면 하나요?

 

'화운원'에 들어오는 분들은 저와 인연이 닿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화운원에서 사는 분들이 라운지와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마주쳤을 때 인사도 나누고 가볍게 안부를 묻는 따뜻한 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운원'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조금이나마 다른 경험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교류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많은 분들이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집을 짓는데 나중에는 대부분 매도하는 쪽을 택합니다. 처음에는 수익도 많이 나고, 손댈 일도 거의 없고, 시공사 A/S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요. 5~10년만 지나면 굉장히 힘들어들 합니다. 신축 전의 건물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하자가 많이 발생해서 주택에서는 무엇보다도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장 문제가 생겼는데 주인이 대응을 못해주면 임차인들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임대인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세대수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건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지/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물론 저도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세대수가 너무 늘면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세대수가 많은 건물에 공실이 많아질 경우, 그로 인해 수익이 줄게 되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관리가 소홀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 건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잘 관리하려면 세대수가 다소 줄더라도 들어와서 사는 사람이 만족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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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전명희

인터뷰이 조현호(화운원 건축주)